늦된 그리움의 초상
2025. 10. 25. 07:09ㆍ마음의 잔향(시)

모두가 등 돌린 들녘에
홀로 키 높인 이 얼굴은
어느 여름날의 맹세를 지키는가.
푸른 물결 사라진 자리
싸늘한 바람만 소슬히 감도는
겨울이 문턱을 밟는 이 늦은 시간,
빛바랜 꽃잎 가슴에 안고
까맣게 여윈 씨앗들은
무슨 소리도 내지 못하고
묵직이 고개를 숙인다.
찬 서리 내려앉는 아침마다
지나간 날들의 태양을 잊지 못해
희미한 하늘 끝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리움의 잔해들.
뜨거웠던 시절은 이미 저물어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한 채
마지막 그림자처럼 서 있지만,
끝내 놓지 못하는 그 방향,
여전히 빛을 향한 외골수 마음은
이 쓸쓸한 풍경 속에서
가장 깊고 고독한 황금빛이다.
이제는 오지 않을 여름의 불빛 아래
혼자 남은 굳은 믿음으로,
저물어가는 대지 위에
마지막 숨결을 힘껏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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