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나는 쓴다”
끝을 알아도 쓴다
요즘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멈춘다.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 앞에서,
손끝이 멈추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블로그
무엇을 써도 반응은 없고,
조회수는 줄고,
남은 건 나뿐이다.
이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다.
살려고 쓰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매달려 있는 — 그런 버티기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땐 단순했다.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게 그저 기뻤고,
‘좋아요’ 하나에도 심장이 뛰었다.
그때의 나는 숫자 대신 사람을 봤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조회수가 줄면 내가 작아지고,
댓글이 없으면 내 존재도 사라진 기분이다.
하루, 이틀, 삼일...
새 글을 올릴 때마다 순위는 내려가고,
나는 괜히 글을 쓰다 지우다, 다시 쓰다 했다가 다시 지웠다.
“사람은 숫자보다 작아질 때, 자신을 잃기 시작한다.”
— 심리학자 브네딕트, Ego and Algorithm Report (2023)
이제 블로그는 내 거울이 아니다.
그저 나를 평가하는 scoreboard일 뿐이다.
나는 숫자에 매달리며, 천천히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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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닿지 않는 자리
어쩌면 나는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그 사람과 헤어진 날부터.
그 사람은 내 일상의 중심이었다.
같이 밥을 먹고, 장을 보고,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이젠 사진처럼 머릿속에만 남아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지쳤고,
그 사람은 날 이해하지 않았다.
사소한 짜증이 쌓이고 쌓여,
우린 서로의 온도를 잃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좋아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이미 나를 떠나 있었다.
그 흔한 사진 한 장도 못 찍게 했고,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
만남의 횟수만큼 돈이 빠져나갔다.
식사비, 그 사람 가족들을 위한 식사 포장, 선물, 주유비.
빚이 생기기 전엔 한 달에 백만 원 이상,
빚이 생기고 나선 하루에 40만 원, 한 달 80만 원.
7년 동안 그 사람을 위해 많은 돈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피하려 애썼지만,
그녀의 단 한마디가 나를 일 깨웠다.
“안 되면 동생한테 빌려. 동생한테도 못 빌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사랑이 아니라 소비되고 있었다.
날 위해 밥 한 끼 사준 적도 없었다.
커피, 빵 몇 조각이 전부였다.
그 사람이 밥 먹자 하면 그 사람 식구들 먹을 것까지 포장했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내가 계산했다.
차량 주유비도 내가 냈다.
웃음은 줄었고, 잔액도 줄었다.
남은 건 텅 빈 통장과 마이너스 인생뿐.
전화로 싸울 것 같아 문자를 보냈지만,
역시 싸움뿐이었다.
그 사람의 말은 늘 같았다.
“넌 이기적인 사람이야.”
이기적이었던 건 나였을까?,
아니면 나를 소비하던 그 사람이었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내가 먼저 연락의 사슬을 끊었다.
차단, 번호 삭제.
그래서 지금 나에게 남은 건 글.
글 하나뿐이다.
글은 최소한 나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밤 고요한 방에 앉아
모니터 불빛만이 내 얼굴을 비춘다.
눈 밑엔 그늘이, 마음엔 그림자가 진다.
그 앞에서 생각한다.
“희망이란 게 정말 존재할까?”
“희망은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방향을 감지하는 감각이다.”
— 프리모 레비, 생존의 증언
희망은 따뜻하지 않다.
그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버티는 감각이다.
희망은 밝음이 아니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생기는 생존 반사다.
지금의 나는 그 희망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거울을 보면 예전의 내가 아니다.
웃으려 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땐 사람들 대신
빈 화면을 바라본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몸 안에 남아, 다른 방식으로 울부짖는다.”
— 프로이트
그래서 나는 쓴다.
누가 읽지 않아도,
그게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방식이니까.
건강 블로거 수가 많이 줄었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멈췄고,
누군가는 포기했다.
그 사이에서 난 남았다.
그냥 남아 있다는 이유로 버틴다.
“지속되는 슬픔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견디는 사람만이 자신을 새로 정의할 수 있다.”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Depressive Resilience Report (2023)
희망을 찾는 게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를 견디는 법을 배운다.
누군가는 도망가고,
누군가는 이겨내고,
나는 그냥 이 자리에 남아 있다.
이젠 ‘잘 살아야 한다’는 말보다
‘그냥 살아있자’는 말이 더 위로된다.
나는 실패했고,
상처받았고,
남들보다 느리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조금은 살아 있는 기분이다.
이게 희망인지,
단순한 체념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살아 있다는 건
아직 덜 지쳤다는 뜻이니까.
“희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완전히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잔여물이다.
그게 아직 남아 있다면,
우리는 끝난 게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그게 내 유일한 반항이고,
나의 숨이고,
살아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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