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0. 06:00ㆍ카테고리 없음
발자취 | 감성 에세이
“사람의 높낮이는 자리가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는 몰랐다.
처음엔 그냥, 오래된 사람의 무게쯤으로만 여겼다.
목소리가 조금 높아도, 표정이 굳어 있어도
그건 아마 익숙함의 다른 형태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쌓이자 그 익숙함은 거만함으로,
그 표정은 멸시로 변해 있었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공장 안에서 보낸다.
기계의 진동과 금속의 소리, 그리고 눅눅한 공기 속에서
몸보다 더 지쳐가는 건 마음이었다. 당신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그 짧은 순간에 담긴 “너는 나보다 아래야”라는 말 없는 단정이
하루의 무게보다 더 크게 내려앉았다.

익숙함이 거만함으로 변하는 순간
솔직히, 처음 몇 달은 내 탓 같았다.
일을 익히느라 버벅거렸고, 작은 실수에도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당신의 짜증도 이해하려 했다.
“오래된 사람은 다 저런 법이야.”
그렇게 합리화하며 견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나의 서툼이 아니라
당신의 태도였다.
한숨 섞인 말투, 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빛,
그리고 이유 없는 짜증과 돌발적인 화.
당신의 짜증 섞인 한숨이 눅눅한 공기 속에서 쇠 냄새보다 더 무겁게 내려앉는 순간.
하루에 한 번은 꼭 터지는 그 불편한 순간들이
이젠 예고된 소음처럼 익숙해졌다.
오퍼의 감(感)이 지배하는 아날로그의 세계
우리가 함께 일하는 곳은, 겉보기엔 단순한 생산 현장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속엔 수많은 손의 감각이 깃들어 있다.
기계라 해도 완전 자동이 아니다.
유압 압력과 두께는 맞출 수 있지만,
나머진 오퍼의 ‘감’으로 수동 조절해야 한다.
어제의 설정이 오늘은 맞지 않는다.
한쪽이 조금만 어긋나도 제품이 틀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물어보고, 확인하고, 맞춰야 한다.
그런데 당신은 묻는 걸 귀찮아한다.
“왜 또 물어?”
“그냥 하라니까.”
묻는 게 잘못인가?
이건 단순한 공정이 아니라
사람의 손끝이 책임지는 정밀한 일인데.
당신이 대답을 아끼는 그 몇 초가
결국 우리 모두의 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리듬을 깨뜨리는 사람
이 부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인다.
다른 라인들은 자동화되어 있어
센서가 스스로 인식하고, 기계가 알아서 멈춘다.
하지만 여기선 모든 게 수동이다.
그래서 숙련된 오퍼가 중요하고,
그만큼 사람의 감정이 생산의 리듬을 좌우한다.
문제는, 그 리듬을 가장 자주 깨뜨리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이다.
기계가 자주 멈춘다.
작은 고장 하나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그 화가 사람에게로 번진다.
당신의 기계가 자주 멈추는 이유가
정말 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휴식마저 공평하지 않은 고통의 무게

휴식 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마저도 예외다.
기계가 멈춘 걸 만회하겠다며
식사 시간을 더 돌려 쉬고,
돌아오면 다시 급하게 제품을 밀어 넣는다.
그때마다 나의 등과 허리는 비명을 지른다.
가벼운 제품이라면 모를까,
무거운 날엔 허리까지 타들어 간다.
퇴근 후, 나는 이 허리의 비명을 잠재우기 위해 10분간의 스트레칭 루틴을 시작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이 지친 하루의 독을 빼내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럴 때면, 속에서 치밀어 오른다.
“당신 때문이야.”
그 말을 꾹 삼키며, 웃는다.
억지로라도 웃지 않으면,
이 공간의 공기가 너무 버겁다.
⚙ 계획 없는 혼란이 낭비하는 시간
가끔은 이런 일도 있다.
당신이 서두르며 “이걸로 준비해!”라며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재료를 옮기고, 세팅을 마친다.
그런데 조금 뒤, “아니야, 그거 말고 저거야.”
한두 번이 아니다.
다섯 번, 여섯 번 반복되던 날엔
한 시간 반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날의 나는, 화도 안 났다.
그저 멍했다.
“이게 뭘까? 우리는 왜 이렇게 낭비해야 할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고립을 자초하는 '혼자의 고집'
당신은 이곳의 최고령자다.
그 무게를 안다.
수년간의 경험과 손끝의 노하우는
분명 쉽게 얻을 수 없는 자산이다.
하지만 그걸 특권처럼 휘두를 이유는 없다.
경험은 나눌 때 존경을 얻고,
지식은 나눌수록 깊어진다.
지금처럼 오만하게 쌓아올린 높이는
결국 당신 자신을 고립시킬 뿐이다.
회사도 이제 변하고 있다.
효율을 높이고, 재고를 줄이려 한다.
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의 방식을 고집한다.
은퇴를 앞두고 잔업을 자처하며
혼자 남아 일하려 한다.
하지만 회사는 더 이상 ‘혼자의 고집’을
충성이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다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언젠가 당신처럼 오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누군가의 하루를 무너뜨리는 건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
작은 말투와 시선 하나라는 걸,
나는 당신을 통해 배웠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신의 현장에서, 가정에서, 관계 속에서
누군가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그 시선을 잠시 멈추길 바란다.
“존중은 지식보다 오래가고, 친절은 기술보다 강하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Workplace Culture Report
나는 오늘도 버틴다.
알바지만, 이 자리를 지킨다.
기계가 멈추면 다시 세우고,
몸이 아파도 한 번 더 들어올린다.
그건 당신에게 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당신의 오만함이 내 하루를 잠시 흔들 수는 있어도,
내 삶의 방향을 바꾸진 못한다.
나는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일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높이 서 있을수록, 더 자주 내려다보게 된다. 그러나 진짜 존경은 눈을 맞출 줄 아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 Psychology Today, Workplace Behavior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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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타인의 오만함은 그들의 그릇을 보여줄 뿐,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묵묵히 버텨낸 오늘의 노동은 내 삶의 가장 단단한 자산이 될 것이다.
면책 안내
본 글은 개인의 경험과 직장 내 관찰을 기록한 에세이이며,
특정 인물이나 회사를 비방할 목적이 아님을 밝힙니다.